사실상 사과문이 아닌 문재인 정부 비판글이다.
헌법이 정한 긴급상황이 아닌데도 대통령은 그와 같이 권한행사를 했다. 개성공단 중단은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고, 자문기관인 국가안전보장회의만을 거쳐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단하고, 주무장관인 통일부장관을 앞세워 진행했다. 관련법인「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는 공단 전체의 폐쇄에 관한 규정이 없다. 다만, 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서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정지명령이나 승인취소의 사유만을 적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번 결정은 법률에 근거를 둔 행위가 아니다. 북측은 지도자 마음대로 결정하는 나라지만, 우리는 입헌민주국가로서의 의사결정과정이 있다. 헌법이 정한 절차를 따라야 했고, 법률이 없으면 그 근거를 마련했어야 한다.
입만 열면 '법치'를 외치던 박 대통령이 법대로를 외치던 유승민 원내대표를 어떻게 찍어냈는지,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국회법을 들어 거부하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어떻게 압박하고 있는지를 보면 박근혜식 법치의 실체가 드러난다. 박근혜의 '법치'는 박 대통령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에 불과하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할 때, 박 대통령에게 치적이 없는 것이 아님을 지적하고 싶다. 그러면 4대 개혁에 덜 집착하지 않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사욕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대개 내세울 만한 업적을 쌓으려 할 때는 사욕을 뒤로 물리는 법인데, 그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를 둘러싼 부패와 스캔들을 보면 그렇게 보이질 않는다.
박 대통령은 헌법과 삼권분립의 민주적 원리와 가치를, 쓰다가 지루해지면 한쪽으로 치워도 되는 가구쯤으로 여긴다. 헌법에 따라 의회와 행정부가 있고, 삼권분립으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 발전하는 민주주의의 일상적 가치를 한없이 가벼이 받아들인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 유리그릇 다루듯 유지해온 민주주의를, 헌법 수호를 다짐하고 선서한 대통령이 싸잡아 뒤로 밀어내는 일을 벌인 것이다.